<권동수 로엔서지컬 대표 "독보적 토종 의료로봇 기술로 글로벌 시장 공략">

머니투데이

입력2023.06.26. 오후 12:57

김재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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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 밖으로 나오기까지
의료용 로봇기업 로엔서지컬의 시작은 카이스트 TCL연구실에서 시작됐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1996년에 의료 로봇 개발연구를 국가과제로 시작하게 됐고, 27년동안 가장 많은 의료로봇 연구를 한 그룹으로 평가된다.

권동수 대표는 미국 조지아공대 재학 시절, 미 항공우주국(NASA)의 지원을 받아 '스페이스 셔틀암'을 제어하는 연구를 진행했고, 졸업 후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ORNL)에서 핵폐기물을 다루는 원격조종로봇 개발 연구를 하다가 국내에 돌아와 핵폐기물 원격조종로봇을 상용화하려 했지만, 원전산업이 비교적 늦게 시작한 국내에는 아직 원격 고정밀 로봇 연구의 수요가 낮았다. 권 대표는 '그렇다면 실생활에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로봇을 만들어 보자'고 결심하게 돼 원격 수술을 떠올리게 됐고 의료 로봇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권 대표는 "은퇴할 때가 되어가는데 우리가 연구한 것을 논문으로 쓰고 특허만 내는 것으로 끝내는 것을 원치 않았다. 의료 로봇 연구 성과를 제품화해 사회에 도움이 되게 해보자는 생각으로 당시 20명의 제자에게 의료로봇회사를 창업하자고 제의하여, 그 중 8명과 손을 잡고 공동창업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2018년 2월 이지엔도서지컬로 출발한 로엔서지컬은 각자의 박사학위 꿈을 가지고 카이스트 연구실에 있던 학생들과 시작해 하나의 꿈을 꾸며 모두 제품화를 진행하고 학업을 병행하여 모두 의료 로봇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것은 물론 신장결석수술로봇의 제품화에 성공하게 됐다. 사명은 지난해 7월 로엔서지컬로 변경했다.

권 대표는 "엔지니어는 세상에 없는 물건을 만들어야 한다. 세상에 유용한 물건을 만들어내야 엔지니어다. 돈을 좇아서 창업하기보다는 세상에 필요한 물건을 만들면 돈은 따라온다"며 제자들을 독려해 창업의 길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최근 의학계의 화두가 '최소 침습 수술(Minimally Invasive Surgery)'인데, 우리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무침습 수술(Non-invasive Surgery)'까지 하는 로봇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혁신 의료기기 선정
로엔서지컬이 개발한 신장결석수술 로봇인 자메닉스(Zamenix)는 부드럽게 휘어지는 연성 신요관경을 요도로 삽입하여 원격으로 신장 내 결석을 제거하는 제품이다. 해당 제품은 지난 2021년 12월 식약처로부터 제 17호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됐고, 서울대학교병원과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에서의 다기관 확증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여 식약처 제조 허가를 획득했다. 현재는 올해 말 의료현장 진입을 목표로 보험 등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 코엑스에서 진행된 제38회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 전시회 'KIMES 2023'에서는 혁신의료기기 전시 부스에도 참가해 유관정부기관, 의료업 관계자, 의료기기 제조업계의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미국과 유럽의 인허가를 준비 중이다.

다빈치, 넥스트 제너레이션
2000년 미국 인튜이티브서지컬이 복강경 수술 로봇 다빈치를 내놓은 이래, 의료 · 수술용 로봇은 꾸준히 발전해왔다. 로엔서지컬은 유연 수술 로봇 기술 개발을 집중함으로써, 기존에 다빈치가 다루지 못했던 내시경적 수술의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다.

로엔서지컬은 그 첫 번째 도전으로 역행성 신요관 결석제거술(RIRS)에 적용할 수 있는 '자메닉스(Zamenix™)'를 내놓았다. 기존 RIRS에서 직접 들고 조작하던 내시경과 도구(바스켓, 레이저 파이버)를 로봇을 통해 조작함으로써 정밀한 움직임이 가능하다. 또한, 의사가 진입했던 경로를 저장하고 재진입 시에는 저장된 경로를 따라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로봇기술을 활용해 의사들의 수술능력을 향상시키고, 더욱 안전한 수술을 가능케하는 기능들을 추가했다.


권동수 대표는 "자메닉스는 부드럽게 휘어지는 직경 3mm급의 내시경을 요도로 삽입 후 로봇으로 신장 내 결석을 제거하는 플랫폼이다. 마스터 콘솔을 통해 편한 자세에서 내시경과 도구를 조작할 수 있으며, 여러 로봇의 보조 기능을 통해 수술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확보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로엔서지컬은 자메닉스에 이어 내시경 기반 유연 수술 로봇인 케이플렉스(K-flex)도 개발했다. 유연 로봇으로 입, 항문, 질 등 자연 개구부를 통해 체내에 들어가 절개 없이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 현재는 케이플렉스의 직경을 소형화시킨 다음 세대의 프로토타입 제작을 진행 중이다. 직경을 소형화함으로써 기존에 도달할 수 없던 환부로의 접근을 도전하여 더 다양한 수술을 가능하게 하려 한다.

권 대표는 "여러 의료진을 필요로 했던 수술 과정을 의사 혼자서도 집도할 수 있게 되고, 의료진이 수술실에서 겪을 수 있는 방사선 피폭의 위험도 줄어든다. 다양한 직경의 수술도구를 갖는 총 4개의 플랫폼을 가지고 수술 로봇 시장을 개척해 나갈 것"이라며 "국내 순수 기술로 내시경 술기의 로봇 수술 시장을 열 수 있는 제품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K-메디컬의 미래
국내 병원과 의료진들은 현재까지 대부분 외국산 의료기기에 의존해왔다. 기술력을 앞세운 해외기업들의 제품이 시장을 잠식했고, 국내에서는 외국 제품을 유사하게 만들어 보급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권 대표는 "국내 제품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살폈을 때 국내에서 수출한 TV는 전 세계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고, 에어컨 시장, 스마트폰 시장은 약 30%를 점유하고 있다. 의료기기의 경우에는 소모품까지 포함해 2021년에 글로벌시장 점유율이 1.7% 정도로 다른 가전기기들에 비하여 미미한 수준이며, 작년에는 코로나 진단키트 때문에 조금 더 올라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나라 병원에서는 국산 의료기기에 대한 선호가 없다. 하지만 현재는 세계에 없는 첨단 의료기기들이 국내에서 나오고 있다. 이런 의료기기가 보다 빠르게 허가를 받고 시장에 유통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또 "우리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새로운 의료 기술을 개발했을 때 그것을 과감하게 써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혁신의료기기라고 지정만 해주는 것이 아니라 메디컬산업이 고부가가치산업인 만큼 K-메디컬을 살려내기 위한 뒷받침이 필요하다"면서 "여태까지 우리나라의 의료산업이 외국 제품을 카피해서 조금 싸게 만들고 조금 쓰기 좋게 만들어 경쟁력을 키워왔다면, 이제는 외국에 없는 것을 개발해 빠르게 선점해 K-메디컬의 경쟁력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사명감
국내 의료산업 시장의 아이스브레이커, 로엔서지컬은 우선 국내에서 클리니컬 레코드를 쌓아 우리나라 의료기기 산업의 발전과 해외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자금 확보의 일환으로 오는 2025년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하고 있다.

권 대표는 "나에겐 사회적 사명감이 있다. 지난 27년간 연구하며 200억이 넘는 연구비를 국민의 세금으로부터 지원받았기 때문이다. 세상에 없었던, 세상이 필요로 하는 물건을 만들어내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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